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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 석탄중독 한국, 왜 석탄발전 못 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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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감시센터 작성일 20-10-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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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에 보령화력 1·2호기가 폐쇄된다. 예정보다 2년 앞당겨진 조치다. 보령시가 소재한 충남지역은 전국 최대 석탄화력발전 집중 지역이다. 국내 석탄화력 60기 가운데 30기가 몰려 있다. 석탄화력발전은 충남 지역경제를 이끄는 한 축으로 발전소 폐쇄는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지역주민들은 석탄화력발전 퇴출을 택했다.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원인인 석탄화력발전을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시아 최초로 탈석탄 동맹에 가입했고, 300개 시민단체가 모여 범도민대책위를 꾸려 탈석탄을 추진한다. 

지역주민이 뭉쳐 보령 1·2호기 조기 폐쇄라는 성과를 냈지만, 충남 전체로 보면 ‘탈석탄’은 난항을 겪고 있다. 보령화력 3·4호기의 수명은 20년 연장됐고, 충남 서천에는 새로운 석탄화력 ‘신서천화력’이 들어선다. 기후솔루션은 충남지역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최대 1만1966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초자산’ 석탄발전
충남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천을 비롯해 경남 고성과 강원 강릉·삼척 등 전국에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들어선다. 7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연간 5160만t에 달한다. 정부는 해외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를 새로 짓는다. 한국전력은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한전이 건설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는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은 베트남(2곳)과 인도네시아(1곳) 등 3곳이다. 여기에는 국책은행·공공기관의 공적 금융과 삼성물산·두산 중공업 등 대기업이 ‘팀 코리아’로 참여한다. 한국정부의 허가와 지원 아래 모두 10개(국내 7기·해외 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의 ‘친석탄’ 행보를 두고 국제사회는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왜 석탄발전을 버리지 못할까.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 사업에 한전은 5100만달러(620억원)를 투자하고 2억5000만달러(3000억원)를 보증한다. 여기에는 산업은행의 대출 4억달러(4740억원) 등 공적 금융 14억달러가 투입된다. 시공사는 두산중공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한전이 참여하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 사업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두 차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추산한 예상 손실은 각각 883만달러(106억원), 708만달러(85억원)다. 

한전이 2억달러(약 2300억원)를 투자하는 베트남 붕앙 2호 석탄화력발전 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950억원 손실 판정을 받았다. 붕앙 2호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대출과 보증은 수출입은행이, 설계와 시공은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이 맡는다. 당초 붕앙 2호 발전소의 기기 공급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맡았지만 사업을 포기하고 프로젝트에서 빠져나갔다. 중국 중화전력공사(CLP) 역시 보유하고 있던 40%의 사업 지분을 한전에 팔고 손을 뗐다. 

한전의 판단은 달랐다. 한전은 붕앙 2호 사업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25년 장기 전력판매계약이 체결돼 안정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 수주를 통해 이뤄지는 국내 기업의 수익 창출 효과도 기대한다. 자와 9·10호 사업의 경우 설계·조달·시공에 참여한 두산중공업이 14억달러(1조6000억원)의 수주액을 확보했다. 수주액의 절반인 약 7억달러(8400억원)는 공사에 참여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 342곳의 몫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파급 효과가 고루 퍼진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한전의 수익 계산은 25년 장기 전력판매를 전제로 한다. 앞으로 25년 동안 석탄화력발전은 유지될 수 있을까. 국제사회에서 석탄화력발전은 제재 대상이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탄소세 부과를 예고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탄소세 부과를 정식 권고했다. 탄소세 부과가 현실이 되면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를 수 있다. 석탄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로 만든 제품과 회사도 탄소세 부과 대상이다. 발전소 건설 뒤 25년 이상 가동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전이 ‘투자금지 기업’이라며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비롯해 외국 기관이 한전에 대한 투자 철회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도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석탄화력발전 단가가 지금처럼 싸다는 보장이 없고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성도 떨어지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녹색 역주행하는 정부
그렇다면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정부의 인식은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수출신용작업반(ECG)에 제출한 ‘석탄발전소에 대한 수출신용 지원 폐지 반대’ 문건에서 드러난다. 해당 문건에서 정부는 “개도국은 경제적 여건상 값싸고 풍부한 석탄과 같은 에너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천연가스·재생에너지로 이행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 등 OECD 국가의) 수출신용 지원이 중단되면 중국·인도 등의 저효율 석탄화력이 개도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인식은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에게 “수출입은행의 석탄발전사업 여신 제공 문제를 왜 고치지 않는가”라고 묻자 방 은행장은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며 “그린뉴딜은 국내정책이고 (석탄발전사업은) 우리가 대외경제정책을 할 때 포지션”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는 석탄화력발전 조기 종료계획과 탄소배출 추가감축 계획이 빠져 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변호사)는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피상적인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모순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한전은 여전히 과거 개발독재 시대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하고 정부는 이를 용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한전, 공적 금융, 대기업으로 구성된 ‘팀 코리아’발 석탄화력발전 확산을 막기 위한 법안을 추진한다. 해외 석탄사업에 공공기관과 공적 금융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은 4건.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과 무역보험법 개정안, 한국산업은행 개정안 등이다. 공공기관의 투자·지원 대상에서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제외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같은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해외 석탄사업은 사실상 국내 기업 수출지원사업”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수출을 중단한다’, ‘석탄화력 끊겠다’는 뜻을 확실히 하지 않는 이상 국회 법안 통과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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